빛나는 일상의 조각/이런 저런 생각들

23.1.18. 남편의 복직 그리고 텐텐이의 고열

톨던 2023. 1. 19. 09:27

어제는 남편이 복직한 날이었다.
1년간의 육아휴직으로, 텐텐이의 주 양육자로
나에게 생색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육아를 해 준 남편에게 다시금
고마움을 느낀 하루였다.

그제부터 텐텐이는 열이 있었다.
그제는 단순히 코감기, 목감기에 미열이 도진 것인 줄 알았는데
어제 새벽 부터는 고열이 났다.
코로나때도 38도대를 넘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39도가 넘어서 40도 가까이 열이 올랐다.

남편은 7시 20분에 출근을 했고,
그 후부터 내 마음 속은 이미 전쟁이었다.

30분에 한 번씩 열을 재보고,
자는 아이에게 조심스럽게 미온수 마사지를 시도해보고..
그런데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39도를 넘으면 무조건 병원에 와야 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8시 30분, 39.4도를 넘긴 시점에 똑딱으로 바로 접수를 하고
텐텐이를 깨워서 옷 입히고 스토케 유모차 태워서 집 앞 소아과로 갔다.

혼자 기저귀를 갈고 옷 입히는 과정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텐텐이가 이제는 조금 고집이 생겨서
양말을 신겨놓으면 벗고 신겨놓으면 벗고 했기 때문이다.

힘겹게 양말을 거의 발에 씌우다싶이 해놓고,
옷을 입혀서 유모차에 태웠다.

고맙게도 텐텐이는 유모차에 타자 얌전해졌다.
방풍커버를 씌워서 용기를 내 집밖으로 나갔다.

소아과로 가는 지름길로 유모차를 밀며 힘껏 나아갔는데
왠지 눈물이 났다. 펑펑.

그런데 뒤보기로 나를 보고있던 텐텐이가
나에게 "엄마 나 괜찮아~~ 울지마!"하듯이 눈을 찡긋찡긋 윙크를 한다.
미소도 지어보인다.
이 천사가.

아이는 천사임에 틀림 없다.
거의 뛰다시피해서 소아과에 도착했다.
고열이 나서 혹시모르니 검사부터 진행해야한다며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같이 했다.
긴 면봉으로 아가의 양쪽 콧구멍을 다 쑤셨다 ㅠㅠ
텐텐이가 많이 울었는데 그래도 금방 그쳤다.
착한 내 아기.

그러고나서는 10분의 대기 시간에 소아과에서 마련해둔 방풍 천막에 가 있었다.
다행히 아이가 많이 보채지 않아서 힘들지 않았다.
10분이 지나고 결과는 둘 다 음성.
드디어 선생님을 만났는데, 선생님 왈, 3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1. 요로감염 - 즉시 입원 필요 (특히 연휴를 앞두고 있어서 빨리 진행해야 함)
2. 단순 열감기
3. 돌발진

돌발진은 열이 끝나고 발진이 일어남으로써 결과론적으로 알 수있는 것이라고 했다.
일단 요로감염이면 즉시 입원이 필요하니 당장 검사를 해야한다고 했다.
덜컥 겁이났다.
코로나때 입원했던 경험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아이 팔에 링거를 꼽고 피검사를 하고 ㅠㅠㅠ
너무 지옥이었다.
제발 요로감염만 아니길 빌었다.

요로감염 검사를 위해 아이 생식기에 소변 받는 주머니를 부착했다.
소변만 채취해오면 검사결과는 10분 안에 나온다며 일단 소변을 받아오라고 했다.
집에 다시 돌아갔다.
다시 가니 엄마가 와 있었다.
놀란표정의 엄마는 자기랑 같이 가지 그랬냐며 타박했다.
아이가 열이 그렇게 끓는데 어느 엄마가 무섭다며 친정 엄마 올때까지 기다리나? 싶었지만
그냥 와줘서 고맙다고 했다.
엄마도 내가 걱정되어서 한 말이겠지.

엄마가 와서 아기 옷벗기고 쉬게하는걸 도와주어 한시름 놨다.
기저귀를 벗겨보니 다행히 쉬를 좀 한 상태였다.
바로 소변통에 담아서 소아과로 달려갔다.

기다리는 10분이 초조했다.
요로감염에 걸리면 인천에서는 어디들을 가나.. 해서 검색을 했다.
맘카페를 보니 무조건 큰병원이고, 인하대병원에 권위자 선생님이 계신단다.
인하대..병원은 침대겠지? 바닥에 요 까는 입원실은 없으려나... 하며 걱정하고 있던 찰나
텐텐이 보호자 오시란다.

갔더니 다행히!!!! 요로감염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열감기, 돌발진 중 하나니까
일단 2-3일 지켜보고 다시 오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가는데
비문증이 다시 거슬린다.
아까까지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내 몸상태가
그제야 긴장이 풀려서 아픈곳이 나도 아파요~하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는, 텐텐이가 계속 아파서인지 찡찡거려서
내가 거의 안고있고, 엄마는 집안일을 했다.
집안일이랄것도 없어서 사실상 그냥 대기였다.

텐텐이가 몸상태가 안좋으니 계속 자려고만 해서
엄마는 거실에서 기다렸다.
나는 텐텐이 옆에 누워서 계속 눈물만 훔쳤다.
자다 깨다를 반보하다가 보니
남편한테서 카톡이 와있었다.
베이비타임 어플로 나의 '사투'의 흔적을 봤던 것이다.
고생했단다.
남편 카톡의 아기와 남편 사진을 보니
그간의 고마움과 미안함이 몰려와 눈물이 펑펑 났다.
남편이 사무치게 보고싶었다.

그렇게 오후를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기의 몸상태는 차차 나아졌다.
그러다가 오후 4시께가 되었을 때는 컨디션을 70프로 정도 회복한 듯보였다.
엄마는 자꾸 심심하다고 보챘다.
짜증이 났다.
나는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엄마까지 보채니 정말 2배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오늘은 남편 복직 첫날이니. 그냥 참자.
우리 엄마는 애같은 면이 있다.
그게 날 어려서 철들게 한 이유겠지.
마음은 착하다. 근데 짜증나는 면이 있는것도 사실이다.
아이 앞에서 상스러운 소리, 남 욕 좀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가 엄마의 감정쓰레기통이다.
하지만 참는다.
엄마의 손이 지금은 필요하다.
텐텐이한테까지 그러진 않겠지.

그래도 엄마가 와서 내 밥도 챙겨주고 집안일을 해주니
내가 이렇게 불평할 여유라도 생기는 거겠지.

아무튼 5시 30분이 되자 엄마는 갔다.
6시에 나는 목욕은 못시키고, 그냥 샤워기로 텐텐이 손발만 닦여주고 옷을 갈아입혔다.
그리고 약을 먹이려는데 약이 쓴지 잘 안먹으려고 한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약 잘먹었는데. 이녀석이 또 컸다 ㅋ
남편이 없으니 혼자 다 해야하는데 쉽지가 않다.
혼자 육아하는 모든 엄마들. 정말 눈물나게 존경스럽다.
나는 1년 후 복직해서 워킹맘이 될거지만,
정말. 혼자 24시간 아기를 케어하는 전업주부들 존경한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으면, 혼자 끼니도 챙겨먹기 힘들 것이다.
누가 그들을 욕하는가?
대신 애봐주고 집안일해줄거 아니면 다 닥쳐야한다. 악 갑자기 열받네 ㅋㅋㅋㅋㅋㅋ
집에서 아기를 보고있으니 회사에 간 남편이 부러웠다.
최소한 혼자 커피마실수 있고 화장실가는것도 두번 세번 참고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
복직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우리 착한 텐텐이는 7시에 침실에 들어가서 눕히니 15분만에 잠이 들었다.
예쁘고 착한 내 천사 아가.
아가 재우고나서 남은 젖병을 씻고 있으니 7시 30분쯤 남편이 돌아왔다. 헤헤.
정말 보고싶었다. 나의 육아동지여.

남편이 오니 맘놓고 씻고 나머지 집안일을 했다.
집안일만 했는데도 벌써 9시 15분이었다.
내일을 위해자야한다.
텐텐이가 아프니까 남편이 텐텐이 방에서 자기로했다.
해열제 교차복용을 좀 했더니 텐텐이가 저체온증이 나서 몸이 좀 찼다. 35.4 이정도였다.
그래서 반팔슈트에서 내복으로 갈아입히려니 아기도 잘 자다가 깨워서 짜증이 많이 났다보다.
30~40분을 울었다.
남편이 달래고 울음 소리가 그친 것 같아 cctv를 보니 9시 50분이었다.
그러고 나서 나도 잠들었다.

긴 것 같았는데, 또 안 긴. 스펙타클한 하루였다.
어제 배운 것은 나도 용감한 엄마다.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혼자 아기 데리고 병원 갈 수 있다. 이거다.
하루하루 배우며 나도 성장하겠지.
텐텐아. 엄마가 더 많이 노력할게.
병원도 갔으니 텐텐이 컨디션만 좋아지면 유모차 산책도 가능할 것 같다.
휴대용유모차 방풍커버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